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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향수] PAFFEM_퍼퓸텔러 체험기 3. 퍼퓸텔러가 골라준 향수들-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났다."

퍼퓸텔러가 골라준 향수들

지금은 와디즈 펀딩이 끝나고 퍼퓸텔러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여 문답을 마치자마자 향을 추천받을 수 있지만, 한창 펀딩이 진행중이던 12월 무렵의 퍼퓸텔러는 구글 설문지였다. 설문지를 작성하고 제출하면 다음날 메일을 통해 세 가지 추천 향수를 전달받을 수 있었다.

내가 추천받은 향들은 [#너만_좋다면], [#forest_Finland], [#fascinated_mature]이다.

노트를 분석했을 때 세 향수 모두 탑노트는 톡 쏘는 느낌, 미들 노트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느낌, 베이스는 따뜻하고 차분한 느낌의 향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다소 애매했던 기준인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아야 한다"를 훌륭하게 충족시킨 것이다.


1. 좋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
너만 좋다면,
평소 입지 않던 치마도-
달콤한 디저트도-
너만 좋다면

탑노트 : 만다린 오렌지, 핑크 페퍼 | 짝 톡 쏘면서도 상큼하고 달달한
미들노트 : 튜베로즈(야래향/월하향), 자스민, 오렌지꽃 달고 부드러운 꽃
베이스노트  : 시더(백향목/삼나무), 머스크 | 아주 옅게 느껴지는 차분한 향


첫 번째 추천향인 [#너만_좋다면]은 파펨의 11번째 향수이다.
우디 카테고리의 향치고는 가볍고 달달하지만, 단순히 가볍기만 한 것이 아니라 찐득한 느낌이 있다.
꽃을 농축한 시럽이 있다면 이런 맛이 나지 아닐까?  살짝만 바른다면 몽글몽글한 바디워시 향기를 느낄 수 있지만, 여느 향수가 그렇듯 조금이라도 과해진다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무언가에 대해 강렬하게 집착하고 있지만 그것을 수줍은 몸짓 뒤에 감추고 있는 듯한 향이다.

"그 사람이 사온 건 작은 병에 든 오렌지색 해열제였다.
내가 앤줄 아나,
투덜대면서도 하얀 스푼에 동그랗게 올라앉은 물약을 냉큼 받아먹는다.
아, 달다.
몽롱한 이 기분이 따끈하고 얼얼한 목 때문인지, 달콤한 물약 때문인지,아니면 약숟가락을 잡고 있는 그 사람의 손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
약은 먹었지만 오늘 밤엔 열이 내릴 것 같지가 않다."


2. forest Finland

너무나도 고요한 Koli national park 근처
호숫가 통나무집에 초대받아 즐거운 식사 자리에서 핀란드인처럼 능숙하게 감자를 하나 성큼 까먹고는,
백야의 Pielinen 호숫가 옆 숲길을 걸어본다.
차가운 공기, 습도, 그리고 살짝 녹은 눈 사이에 빼꼼히 보이는 이끼 숲...
무민(Moomin) 이라도 걸어 나올 듯한 느낌!
뜨거운 사우나에 들어갔다가
겨울 호수에 첨벙!

탑노트 : 알데하이드, 허니서클(인동초), 라일락 | 차갑고 상쾌한 느
미들노트 : 카네이션, 흰붓꽃의 뿌리, 자스민 | 깨끗하고 달콤한 느
베이스노트 : 샌달우드(백단향), 앰버, 벤조인(안식향)건조하고 따뜻한 공


시즌 5의 [#forest_Finland]는 겨울 숲의 느낌을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 드는 향이다.
겨울 숲의 시원한 향이 강한가 싶다가도, 곧바로 올라오는 포근함에 이불을 덮은 듯 마음이 스르르 풀어진다.
시원한 향을 좋아하지만 가벼운 느낌에는 질린 사람이라면 한번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독특하긴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데일리로 쓰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솔밭에 드리운 눈을 사박사박 밟을 때마다 찬 공기를 타고 일렁이는 나무향이 좋아.
있잖아, 저 멀리 키 큰 나무들 사이에는 아담한 통나무집이 하나 숨어 있을 것 같아.
그 안에 따뜻하게 불 지핀 난로가 있어서 마른 장작의 노래를 온 집안에 퍼뜨릴 거야.
어쩌면 침대에는 갓 세해서 보송한 이불이 눈처럼 곱게 깔렸을지도 몰라.
그 위로 풀썩 쓰러지면 내 코에 훅 끼치는 바람엔 향긋한 비눗기가 묻어 있고
나는 포근함에 취해 짧은 꿈 속으로 빠져들겠지."


3. fascinated mature

오피스 유리 사이 나무 복도에서 하이힐 소리가 들려온다.
검정과 짙은 레드의 리본으로 장식된 검은색 하이힐을 신고,
곧게 뻗은 예쁜 종아리를 가진 누군가가 오피스 옆을 지나간다.
새벽 2시임에도...
아직까지 검은색 정장과 하얀 셔츠를 정갈하게 입고
바른 자세로 곧게 서서 자신감 있게 걸어가는 실루엣에서,
피곤함보다는 에너지와 도도함이 느껴진다.
Professional!

탑노트 : 오렌지, 베르가못(감귤류, 얼그레이 홍차 향료), 오렌지꽃 | 시원하게 톡 쏘는
미들노트 : 미모사, 자스민, 일랑일랑 | 은은하고 따뜻한 느
베이스노트 : 화이트 머스크, 바닐라, 토닉 빈 | 차분하고 깊은 느


마지막 추천 향인 시즌 2의 [#fascinated_mature]는 다채롭고 풍부한 향이다. 시향지로만 접하면 차고 날카롭다는 인상을 받지만, 막상 피부에 바르면 방금 씻고 나온 듯 포근하고 청량한 느낌이 더 강해진다.
낯가림이 심하지만 마음이 따뜻한, 톡 쏘는 말투와 어색한 행동 뒤에 의외의 상냥함과 차분한 눈빛을 숨기고 있는 향수다.

"그 호수는 너무 차갑고 깨끗해서 안에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들여다 보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통통한 물고기들과 꽃가루를 닮은 작은 해파리들이 떠다니고
동글동글 잘 다듬어진 조약돌이 가득한 바닥엔 물결 따라 산들산들  물풀이 피어나 춤고 있더라.
홀려버릴 듯 따뜻하고 깊은 심연이었다."



모든 향수가 빠짐없이 마음에 든다. 세 향들이 비슷한 색을 지닌건 아니지만, 각각의 특징이 묻어 있는 비누 향을 느낄 수 있었다.
강신재 님의 「젊은 느티나무」의 첫 문장인 "그에게서는 늘 비누냄새가 났다."가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처음엔 세 가지 향들에서 공통점을 알아낼 수 없었는데, 이렇게 글로 정리하면서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향기는 일상에서 상상을 이끌어내는 좋은 매개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향에 집중하면 늘상 하는 무난한 생각보다 깊고 다채로운 감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감상이 다채로워지면 굳어 있던 마음이 움직이면서, 사이사이에 고여있던 권태나 스트레스같은 찌꺼기가 조금씩 흘러내려 빠지는 기분이 든다.
몸을 충분히 쉬게 할 여유가 없다면 잠깐씩 좋은 향을 맡으면서 마음을 풀어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어쩌면 나를 위한 큰 선물이 될지도 모르겠다.



“보여지는 아름다움만을 원하는 세상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에게,
이 무형의 미가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내 ID는 강남미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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